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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지켜낸 대한민국,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 한 소년이 있다. 아홉 살배기 소년의 꿈은 하늘을 나는 비행 기 조종사다. 주인공은 지구촌 최빈국 에티오피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빈민가 셰로메다에 살고 있는 사무엘(9). 현재 사무엘의 형편에서 비행기 조종사 꿈을 꾸는 것은 사치다. 하지만 사무엘이 이 꿈을 꾸게 된 계기는 6 25전쟁 참전용사인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사무엘의 할아버지 게브르셀라시에 아레다(97) 옹은 에티오피아 황제근위대를 주축으로 한 강뉴 부대1진으로 참전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는 데 앞장섰다. 에티오피아는 6 25전쟁에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전투병 6000여 명을 파병했고 그 중 121명이 전사했다. 에티오피아군은강원도 춘천과 화천 철원 등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253전 253승의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사무엘의 할아버지는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출병식에서 저 먼 곳에 있는 한국의자유와 권리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라 고한 특명을 수행했다. 6 25전쟁에서 구사일생으로 돌아온 할아버지에겐 60여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그때보다 더 혹독해졌다. 나라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가난이라는 전쟁과 사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100세를 눈앞에 둔 전쟁영웅인 사무엘의 할아버지는 아직도 6 25전쟁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최근 전쟁 후유증과 노환이 겹치면서 건강악화로 거동이 불편하지만, 병원 진료는 꿈도 꾸지 못한다.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한 살림살이에 치료비를 마련할 길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가난한 나라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보훈은 기대하기도 어렵다.


참전용사 3세인 사무엘은 할아버지 어머니 여동생이 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사무엘은 어린 시절 틈틈이 할아버지로부터 이역만리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젊음을 불태운 6 25전쟁 무용담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사무엘은 극한의 환경을 극복한 할아버지의 경험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겨울하늘에서 쏟아지는 하얀 가루(눈) 는 난생처음 봤고, 폭설이 내린 전선에서 적군의 기습공격을 당했던 기억들, 강원도고지에서 전우를 잃고 돌아오는 밤, 추위는 뼛속까지 파고들었단다. 적군보다 처음 만난 동장군과의 싸움이 더 힘들었고, 영하 30도까지 떨어진 강추위에 손가락마저 얼어 방아쇠를 당길 힘도 없었지만 강뉴 전사들은 적군의 총탄에 전사할지언정 포로가 되는 걸 수치로 여겼단다.


또한 폐허의 전장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 서로 끔찍이 사랑했던 전우애 등에 관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티오피아 너머바깥세상에 눈을 떴고, 그것이 꿈이 됐다.


특히 할아버지가 자유와 평화를 지켜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졌고, 지구촌의 다양한 나라에 가보고 싶어졌다. 이 꿈을 실현하려면 초등학교 2학년 사무엘에게 비행기 조종사가 되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종사 꿈이 이루어지면 할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여동생 등 우리 가족이 비를 피할 수 있는 작은 집을 지어주고, 또 할아버지처럼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회적 약자를 도와주고 싶어요.


효심이 지극한 사무엘은 항공기 조종사란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예습과 복습을 하루도 빠트리지 않는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오면, 여동생과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돌보는 일도 도맡아 한다. 물론 가족 식사준비와 집안일도그의 몫이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언제 학업을 중단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사무엘은 꿈을 이루려면 공부밖에 없다는 사실을 너무 어린 나이에 깨달아 버렸다. 사무엘의 담임선생님인 테드로스 메하리씨는 사무엘은 성실하고 학업 성적도 매우우수해요. 친구들과의 관계도 무척 좋고, 할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는 효심이지 극한 어른스러운 학생 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무엘의 엄마 아스테르 게브르셀라시에는 청소와 배달 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는 엄마의 소원은 두 자녀가 학업을 계속하는 것. 한 달 수입 1200비르(약 5만 원)로 4인 가족이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지만, 대물림하는 가난의 사슬을 끊을 해법이 교육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눈앞의 끼니 해결도 어려운 처지이지만 사무엘의 엄마는 가능하면 두 자녀가 대학까지 진학해 꿈을 이루길 희망한다. 2017년 세계 최빈국 에티오피아에는 사무엘과 같은 6 25전쟁 참전용사 후손들이 많다. 그들이 교육을 통해 꿈을 실현하고 가난에서 벗어 날 수 있도록 우리나라 기부천사들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하다. 대한민국의 따뜻한 보훈이 이역만리 에티오피아의 사무엘에게 전해지길 기대한다. 60여년전 그들의 할아버지가 조건 없이 헌신했던 것처럼.

 

상기 컨텐츠는 국방일보와 월드투게더가 함께 기획한 '해외참전용사 희망드림 코리아' 캠페인으로 가난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와 후손의 삶을 조명합니다.


출처 국방일보 | 글 작성 김용호 기자 yhkim@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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